항목 ID | GC024C0202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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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상북도 안동시 풍산읍 오미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김미영 |
저수시설이 발달하지 않았던 예전에는 가뭄이 이어지면 기우제를 지내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지금이야 거의 자취를 감추었지만 오미리 역시 이런 전통을 갖고 있었다. 마을 뒷산에 자리한 죽암정 근처에 가서 축문을 읽으면서 엄숙하게 제사를 지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형식의 기우제는 마을 남성들이 주도해 온 것으로, 오미리에서는 여성들만의 기우제 전통이 따로 있었다.
여성들의 경우, 동장의 부인에게 비닐장막을 덮어씌우고는 바가지로 물을 퍼부었다고 한다. 즉 마을 여성들이 동장집으로 가서 동장 부인을 마당에 세우고는 물을 퍼부으면서 “비 온다. 비 온다.” 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주술적 행위를 했는데, 동장댁 역시 순순히 응했다고 한다. 여성들은 이를 ‘무제(水祭)’ 혹은 ‘무제사’라고 불렀다.
아울러 미루나무의 가지를 꺾어다가 초가지붕 처마 끝에 드문드문 꽂아 놓고는 아침저녁으로 마음을 모아 비오기를 기원 드리기도 하였다. 비가 내리면 이 미루나무 가지를 타고 빗물이 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남성들이 행한 기우제는 그야말로 의례 형식을 갖춘 독축고사에 해당하고, 여성들은 비오는 상황을 의도적으로 연출하는 유감주술적 행위를 실천했던 것이다.
그런데 가뭄이란 게 한 마을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가뭄으로 고통 받는 날이 이어질 경우 풍산읍 전체에서 행하는 기우주술적 행위가 있었다. 다름 아닌 모래사장이 드러난 강바닥에 풍산장을 차리는 것이다. 시장을 강바닥으로 옮기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수많은 사람이 강바닥으로 와서 장을 보게 됨으로써 주변이 지저분해지는데, 이는 용신이 서식하는 신성한 곳을 오염하는 행위가 된다. 용신이 머물기에 적절치 않은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를 내리게 하여 오염된 환경을 정화(淨化)시킬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이러한 결과를 기대하여 시장을 강바닥으로 옮겨 용신이 비를 내려주기를 바랐던 것이다.
둘째, 사람들이 강바닥에 모여 장을 보게 되는 광경은 마치 강에 물이 흐르는 것과도 같다. 즉 시장을 따라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흐름은 바람을 따라 흐르는 물줄기와 같은 것이다. 그런데 강에 물이 흐르기 위해서는 비가 많이 내려야 한다. 이처럼 사람들은 비가 내려 강물이 흐르는 것을 마음속으로 기원하면서 이와 유사한 상황을 의도적으로 연출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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