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4B0201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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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상북도 안동시 임하면 금소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한양명 |
길쌈의 여러 과정 가운데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이는 작업이 삼삼기이다. 생냉이 삼삼기는 혼자 하기엔 따분한 일이어서 긴 시간 혼자 작업을 하다 보면 좀처럼 일의 능률도 오르지 않았다. 이 때문에 금소에서는 예전부터 일의 지루함을 달래고 능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명의 여성들이 모여 ‘둘게삼’, 혹은 ‘삼둘게’를 조직해서 삼삼기를 했다.
삼둘게는 돌아가면서 하루에 한 사람씩 삼을 삼아 주는 두레의 일종으로 농한기에 주로 결성되었다. 둘게꾼(두레꾼)의 수는 보통 5~10명 정도였는데, 대체로 이웃이나 친인척 등 심리적·거리적으로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이 모였다.
삼둘게는 특별한 절차 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었다. 다만 삼삼기에 능숙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비율을 고려해 인원을 조정했다. 주인집에서 삼뭉치인 ‘가리’를 가지고 오면 둘게꾼은 공평하게 나누어 삼을 삼아서 넘겨준다. 자신에게 주어진 양의 일을 마무리 지으면 각자 들고 온 삼을 삼았다. 이렇게 하면 둘게꾼 간에 경쟁이 될 뿐만 아니라 지루하지 않기 때문에 훨씬 능률적이었다.
작업 도중 담소도 나누고 중간 중간 감자나 옥수수, 고구마 등을 삶아먹었는데, 대화 내용은 주로 시집살이나 남편의 흉, 자녀 이야기 등이었다. 또한 마을에 떠도는 소문이나 정보를 공유했다. 예컨대 “어느 장의 어느 집에서 삼베가격을 더 많이 준다.”거나 “어느 장의 어느 집에서는 삼베가격을 깎기만 한다.” 등의 정보를 서로 공유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면 그 동안 쌓였던 것이 시원하게 내려갔고, 노동의 고됨도 잊을 수 있었다. 작업이 늦어지거나 놀다가 늦게 귀가해도 식구들 가운데 누구 하나 꾸짖지 않았다.
한편, 삼둘게는 학습의 장이 되기도 해서, 초보자는 능숙한 사람에게 삼삼기를 배웠으며, 누군가 「삼삼기 소리」나 「베틀 노래」를 부르면 귀동냥으로 듣고 이내 따라 하기도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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