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4A0202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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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임재해 |
하회마을 양진당 종택에서는 입암 류중영과 그의 아들 겸암 류운룡을 불천위로 모신다.
한 집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나란히 불천위로 모셔지는 셈이다. 그렇다면 불천위 제사는 다른 기제사와 어떻게 다를까? 겸암 불천위 제사의 절차에 나타나는 특징을 살펴보자.
겸암 불천위 제사는 영신(迎神)-설소과(設蔬果)-출주고사(出主告辭)-참신재배(參神再拜)-강신례(降神禮)-진찬(進饌)-초헌례(初獻禮)-독축(讀祝)-아헌례(亞獻禮)-종헌례(終獻禮)-유식례(侑食禮)-삽시정저(揷匙正箸)-합문(闔門)-계문(啓門)-진다례(進茶禮)-사신례(辭神禮)-납주(納主)-철상(撤床)-음복(飮福)의 순서로 이루어진다.
이것을 쉽게 풀이하면 다음과 같다. 겸암의 불천위 제사는 양진당의 사랑방에서 지낸다. 제상을 차리기 전에 신주독을 교의에 비스듬히 놓아두는데, 이것은 신주를 아직 모셔오지 않았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과일과 채소 등의 제물을 제상에 차려내고 초헌관인 종손과 축관, 집사 등이 사당에서 신주를 모셔온다. 신주를 제사상 교의에 모시고 모든 제관이 절을 2번 한다. 초헌관이 앞으로 나아가 향을 피우면 집사가 술잔을 건네고 술을 따라준다. 이것은 조상의 영혼을 신주로 모셔오기 위한 절차이다. 다음으로 앞에서 올리지 않은 나머지 제물들을 진설한다. 이때 제물의 진설이 온전히 끝난다.
초헌관이 첫 번째 술을 올리고 제관은 모두 재배한다. 축관이 축을 읽으면 아헌관이 두 번째 술잔을 올리고 종헌관이 세 번째 술잔을 올린다. 집사가 초헌관이 들고 있는 밥뚜껑에 술을 따르면, 초헌관은 종헌관이 올린 술잔에 붓는다. 이것은 조상에게 술을 더 권하는 의미이다. 초헌관이 밥뚜껑을 열고 숟가락을 꽂아 조상이 음식을 드시도록 수저를 정돈한다. 삽시정저가 끝나면 병풍으로 제사상을 둘러치고, 조상이 음식을 드시는 동안 제관들은 무릎을 꿇고 기다린다.
얼마 후 축관이 헛기침을 해서 병풍을 걷어 조상이 음식 드시는 것을 마친다. 진다례는 조상께 숭늉을 올리는 절차로 냉수에다 밥을 세 번 떠서 말아 서쪽을 향하도록 두고 제관들은 서서 허리를 숙이고 잠시 기다린다. 이어서 축관이 헛기침을 세 번 하고 숭늉 그릇의 숟가락을 거두고 밥뚜껑을 덮는다. 모든 제관이 재배하면 축관이 축문을 태운다. 신주를 다시 사당의 감실로 모시고 제사상의 제물과 도구들을 거둔다. 마지막으로 모두 둘러앉아 제물을 나누어 먹는 음복을 하면 불천위 제사는 마무리된다. 이때는 초헌관을 비롯한 세 명의 헌관과 축관은 독상을 받고, 모두 제복을 그대로 입은 채 무릎을 꿇고 먹는 것이 원칙이라고 한다.
집집마다 제례 풍속은 제각기 다르다. 그렇다면 양진당의 겸암 불천위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먼저 신주독를 다루는 것이 특이하다. 겸암 불천위 제사에서는 사당에서 신주를 모셔오기 전에 신주독을 비스듬하게 세워 둔다. 이것은 신주를 아직 모셔오지 않았음을 나타내기 위해서라고 한다. 다음으로는 제사에 쓰이는 국을 일컫는 갱(羹)이다. 안동에서는 보통 콩나물갱을 사용하는데, 겸암 불천위 제사에서는 탕갱을 올린다. 또 제물로 올리는 닭을 온마리 그대로 제기에 거꾸로 담는 방식이 독특하다. 떡의 경우 양진당에서는 백편과 무설기, 절편 등 다양한 본편을 올린다. 또 어류, 육류, 조류를 쌓는 제물인 도적(都炙)을 올릴 때는 다른 종택처럼 익히지 않은 도적을 올리지만 돼지고기만은 삶은 것을 올린다.
일제강점기에 가양주 제조금지령에 의해 집에서 술을 담가 먹던 풍습이 사라졌지만, 불천위 제사를 모시는 종가에서는 허가를 받아 제주를 담글 수 있었다. 겸암 불천위 제사에서는 양진당에서 직접 담근 제주(祭酒)를 사용한다. 이 제주는 다른 기제사에서도 사용되지만, 다른 종택과 구별되는 것이기에 겸암 불천위 제사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불천위 제사는 제관들이 문중의 파(派)를 초월하여 두루 참여하고 지역의 각 문중이나 유림(儒林)의 대표들까지 널리 참여한다는 점에서 예사 제사와 다르다. 따라서 제수(祭需) 또한 특히 다채롭고 풍성하여 불천위 제사의 특징이 잘 드러남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