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4A0103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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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 |
시대 | 고려/고려 후기 |
집필자 | 임재해 |
하회마을에서는 “허씨 터전에 안씨 문전에 류씨 배판”이라는 말이 전해져 온다. 이 말은 김해허씨가 터를 닦아 놓으니 그 위에다 광주안씨가 집을 짓고, 풍산류씨는 안씨 집 앞에서 잔치판을 벌였다는 뜻이다. 바꾸어 말하면 허씨들이 처음으로 마을을 개척했고, 이어서 안씨들이 마을에 들어와 문중을 이루었으며, 다음으로 류씨가 잔치판을 벌일 정도로 가문이 번성했다는 말이다.
하회마을에 대대로 살아온 허씨와 안씨, 류씨 들의 역사가 이 한 마디에 담겨져 있다고 할 수 있다.
풍산류씨들이 지금의 터를 잡기 훨씬 이전, 화산 기슭에 허씨들이 모듬살이를 이루고 살았다. 허씨들은 배산임수(背山臨水)를 고려하여 화산 남쪽에 산을 등지고 강을 앞에 끼고 화산 남쪽에 터를 잡았다.
안씨들은 허씨가 살고 있던 화산의 남쪽 기슭을 피해 화산의 북쪽 기슭인 행개골에 별개의 마을을 이루었을 것으로 보인다. 허씨와 안씨 들보다 늦게 하회로 들어오게 된 류씨들은 허씨와 안씨가 앞서 터를 잡은 화산 기슭을 차지할 수 없었기에 화산 기슭과 멀리 떨어져 강가에 터를 잡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오늘날 하회마을은 허씨와 안씨들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허씨 터전에 안씨 문전에 류씨 배판”이라는 말과 각 성씨별로 전해 오는 전설을 통해 마을의 변천사가 비교적 상세히 전하고 있다. 이웃 마을 광덕동 건짓골에는 허정승 묘가 있는데, 하회 사람들이 매년 벌초를 해주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하회탈을 깎았다는 「허도령 전설」이 전하며 허씨들의 세거사를 말해 준다.
안씨들의 경우도 「피 천석 전설」 및 족보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1960년대까지 하회에서는 안씨 한 가구가 살았는데, 그 후 하회2리인 현외로 이사를 갔다고 전한다.
17세기 중엽까지만 하더라도 『동원록(洞員錄)』에 허씨 몇 사람과 안씨 소수가 함께 수록되어 있어, 조선 후기까지는 이들 세 성씨가 마을에 함께 살았던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하회에는 허씨·안씨·류씨 들이 차례로 마을을 일구었으며, 마을의 중심부도 성씨별 모둠살이에 따라 거묵실골에서 향교골로 이동되었다.
그리고 같은 순서로 쇠퇴하기 시작하여 지금은 제일 마지막에 터를 잡은 류씨들이 집성촌을 이루어 현재 하회를 대표하고 있다.
대대적인 농지개간으로 지형이 많이 달라져서 눈에 띄지는 않지만 지금도 마을 곳곳에는 허씨와 안씨 들의 흔적이 숨어 있다. 하회리에 거주하는 류시황 씨는, 하회리의 지명과 세 성씨가 마을에 살아온 내력에 특별한 관심을 두고 허씨들과 안씨들의 흔적을 몸소 찾아다녔다고 한다. 위성에서 마을을 내려다본 사진과 류시황 씨가 직접 그린 지도를 견주어 보면 허씨와 안씨들의 터전이 어디쯤이었는지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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