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65012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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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金判書宅-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전라북도 무주군 무주읍 읍내리 |
집필자 | 김선아 |
[정의]
전라북도 무주군 무주읍 읍내리에서 지혜로운 아내와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개설]
「김 판서 댁 도령」은 명망 있는 집안의 자제이나 어려서부터 글자 하나 깨우치기 어려울 정도로 능력이 없었던 어리석은 남자가 현명하고 지혜로운 아내를 만나 숨어 있던 재능을 펼치는 여성 지혜담이다.
[채록/수집 상황]
「김 판서 댁 도령」은 1992년 김경석이 편찬하고 무주군에서 간행한 『내 고장 전설집』의 114~117쪽에 수록되어 있다. 채록 장소와 채록 시기는 명확하지 않다.
[내용]
옛날 서울 김 판서 대감 집은 명문 집안이었다. 김 판서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김 판서는 두 아들을 잘 교육하여 집안을 더욱 부흥시키고 싶었다. 두 아들에게 어려서부터 천자문을 가르치며 교육에 힘썼다. 둘째 아들은 하나를 가르치면 둘을 아는데, 큰아들은 돌아서기만 해도 배운 내용을 잊어버릴 뿐만 아니라 공부에 대한 열의도 없었다. 김 판서는 클수록 훤해지는 큰아들의 인물을 보면 더 화가 치밀었다. 얼굴값도 못하는 큰아들 얘기가 나올까 봐 항상 두려워했다. 큰아들을 따로 앉혀 놓고 배운 내용을 다시 가르쳐 봐도 나아지지가 않았고 그저 빈둥거릴 뿐이었다. 김 판서는 결국 큰아들에게 글 가르치는 것을 포기했다.
큰아들을 보면서 애가 타던 중, 김 판서의 동생이 무주 부사로 가게 되어 김 판서 집에 인사를 하러 왔다. 김 판서는 동생에게 큰아들을 데리고 가 달라고 부탁했다. 김 판서 대감의 큰아들은 혼기가 다 찬 나이에 숙부를 따라 무주로 오게 되었다. 김 판서의 동생은 빈둥거리기만 하는 조카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어서 공부하기를 권했지만 역시 딴짓을 하거나 빈둥거리기만 했다. 시간이 계속 흘러 조카가 혼기를 놓치고 노총각이 되자 조카를 내버려 둘 수만은 없었다. 조카의 처지에 맞는 처녀를 찾아 혼인시키려고 노력하던 중, 무주 관아에서 아전 구실을 했던 최 부자에게 혼기 찬 딸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최 부자의 딸은 아전의 딸이긴 해도 성품이 순하고 총명하여 최고의 신붓감으로 꼽히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무주 부사는 최 부자에게 혼인하기를 청했다.
지체 높은 양반 가문에서 청혼이 들어오자 기뻐하던 최 부자는 사윗감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어서 김 판서의 아들에 대해 이방에게 알아보니 김 판서의 아들이 글도 모를 뿐만 아니라 공부에 관심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최 부자는 집으로 돌아가 부인에게 그 사실을 말했다. 부인은 우리 집안이 재물이 윤택하지만 신분상 양반 가문과 사돈이 될 수 없는데 좋은 기회라면서 김 판서 댁 아들과 혼인시키자고 했다. 아전의 딸과 김 판서의 큰아들은 결혼하게 되었다.
김 판서의 큰아들은 결혼을 한 후에도 변함없이 뒹굴뒹굴하였다. 신랑을 지켜보기만 하던 신부는 신랑에게 사람으로서 배워 둬야 할 행실이나 도덕에 관한 이야기 등을 들려주기 시작했고, 삼 년에 걸쳐 천자문과 사서삼경 등에 대해 들려주었다. 신부는 이야기를 잘 듣고 기억하는 신랑을 설득하여 글방에 가서 공부하게 했다. 글방에 나온 김 판서의 큰아들을 본 신부의 동생들은 속으로 비웃으면서 글짓기를 청했는데, 김 판서의 큰아들이 여러 해 동안 공부한 자신들보다 훌륭하게 글을 지어 놀랐다.
그때 나라에서 과거 시험이 있었고, 김 판서의 큰아들은 서울로 올라가 과거에 응시했다. 마침 김 판서가 독권관(讀券官)으로 있다가 장원 급제한 사람의 이름이 자기 큰아들의 이름과 같은 것을 보고는 동명이인이라고 생각했다가 진짜 자기 큰아들이 걸어 나오자 믿지 않으며 부정을 저질렀다고 꾸짖었다. 한 정승이 김 판서의 큰아들에게 글을 외워 보라고 하니 막힘없이 줄줄 외웠다. 오해를 푼 김 판서는 놀라워하며 그길로 며느리를 서울로 데려오게 했다. 며느리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김 판서는 며느리의 지혜와 현명함에 감탄하며 아전의 딸인 며느리를 상원부인에 봉하여 덕을 후세까지 전하게 되었다.
[모티프 분석]
「김 판서 댁 도령」의 주요 모티프는 ‘며느리의 지혜’, ‘어리석은 사위’ 등이다. 지혜로운 여성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여성 지인담은 전국적으로 분포하는 이야기인데 「김 판서 댁 도령」도 바보 온달형의 여성 지혜담에 속한다. 지혜로운 아내 덕분에 바보 온달처럼 숨어 있던 능력이 드러나게 되고, 아울러 낮은 신분이었던 아내의 집안이 딸의 지혜에 힘입어 양반 가문과 결합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