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65007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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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政治 |
영어공식명칭 | Politics of Muju |
분야 | 정치·경제·사회/정치·행정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개관) |
지역 | 전라북도 무주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이성호 |
[정의]
전라북도 무주군에서 국가 권력의 획득·유지·행사를 둘러싸고 이루어지는 제반 활동.
[광복 이후 무주군의 정치 상황]
광복 이후 각 사회단체들이 정치적 이념을 표방하고 정당을 결성하면서, 일시적으로 텅 비었던 해방 공간에 정당들과 정치 단체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였다. 이 시기에 서울에만 100여 개의 정당이 출현했다고 하며, 우리나라 최초의 민주주의 선거인 1948년 5월 10일의 제헌 의회 선거에 참여한 정당 및 사회단체만 해도 48개에 달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당 및 사회단체들이 모두 전국적인 영향을 미쳤다고는 할 수 없다. 당시에 깊은 산골이었던 무주군 지역에서 이런 정당들 및 정파들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는 특히 생각하기 어렵다.
실제로 『무주 군지(茂朱郡誌)』[1990, 2004]에는 광복 직후 무주군에서의 정치 활동은 전국적 영향을 지니고 있던 “한민당(韓民黨)에 가입하여 활동한 사람이 2~3명 정도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그 당시 적어도 무주군의 안성면, 부남면, 적상면 지역에는 남로당의 면 조직이 결성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대검찰청, 1972]. 다시 말하면 광복 이후 격렬하게 벌어진 국가 건설의 방향을 둘러싼 이념 논쟁 속에 무주군 주민들도 일정 정도 참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무주군 주민의 확고한 이념적 지향에서 비롯된 것인지, 사회적 분위기나 지연, 혈연관계를 기반으로 한 것이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미군정에 의해 인민 위원회와 남로당 조직이 궤멸된 이후 실시된 선거에서 무주군은 당연하게도 이승만(李承晩)과 대한 독립 촉성회에 다수의 표를 몰아주었다. 1951년 창당한 자유당이 6·25 전쟁 와중에 실시된 제2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승만을 당선시키고, 1953년 원내·외의 갈등을 봉합하면서 비로소 집권당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전라북도 무주군에서도 자유당 무주군당이 출범하여 비로소 공식적인 정당 조직이 갖추어지게 되었다. 1955년 자유당의 독주에 저항하는 제 정치 세력이 모여 민주당을 창당했고, 이듬해인 1956년 무주군에서도 민주당 무주군당이 결성되었다.
선거 결과로 보면, 무주 군민의 정치 성향은 적어도 1987년 제13대 대통령 선거에서 호남 출신 김대중(金大中)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기 전까지는 집권당 지지로 기울어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농촌 지역의 전형적인 여당 지지 성향과 일치하는 것이었지만, 6·25 전쟁을 통해 사상 검증을 혹독하게 당한 농촌 주민들의 공포 경험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라북도 무주군 지역에서의 전쟁 경험이 주민들의 이념과 정치적 성향에 미친 영향을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무주군 지역은 6·25 전쟁 초기 인민군의 주요 진출 경로였을 뿐만 아니라 전쟁 전후에 가장 맹위를 떨쳤던 빨치산 이현상(李鉉相) 부대의 중심 활동 지역이었다. 그래서 무주군 지역에서는 전쟁 기간 중 좌-우 대립의 폭력적 충돌이 빈번했고, 무주 군민들은 그 피해와 공포를 고스란히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 경험이 주민들의 집권 세력에 대한 순응과 지지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1987년 이후 무주군 주민의 정치적 성향 변화]
1960년 4·19 혁명 이후 민주당 후보들이 전국적으로 대거 당선된 시기를 제외하면, 무주군에서 여당 지지 성향은 1980년대 중반까지 지속되었다. 1961년 5·16 군사 쿠데타 이후 공화당에 대한 높은 지지가 계속 유지되었고, 1980년대에 중반까지는 민정당 지지가 지속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1987년 6월 항쟁 이후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시작된 무주군 주민의 정치적 변화는 극적이었다. 그해 12월에 실시된 제13대 대통령 선거에서 지역주의적 투표 성향이 표출되었고, 이후로 무주군은 급격하게 야당 지지 지역으로 전환되었다.
1992년의 제14대 국회 의원 선거에서 민정당의 황인성(黃寅性) 후보가 당선된 것을 제외하면, 1987년 이후 약 30년 동안 무주군은 대통령 선거, 국회 의원 선거, 그리고 지방 자치제 선거 등에서 평민당, 열린 우리당, 더불어 민주당 등 민주당 계열 후보에 대한 압도적 지지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투표 성향은 우리 사회 전체에서 나타나는 정치적 지역주의 현상의 반영이며, 그 속에서 무주군은 호남 지역의 정치 성향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무주군의 야당 지지로의 급격한 전환은 김대중,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으로 이어진 민주당 계열의 집권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고, 이러한 현상을 정치적 지역주의의 고착으로 해석하는 정치적 견해들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한국 정당 구조의 틀 속에서 정당별 이념과 정책적 성향을 나누어 볼 때, 무주군을 비롯한 전라북도 주민들의 정치적 성향이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입장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