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78012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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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식명칭 | A Water Cow's Sleep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작품/문학 작품 |
지역 | 강원도 철원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이현준 |
저자 생년 시기/일시 | 1958년 8월 6일 - 「물소의 잠」 작가 임동헌 충청남도 서산에서 출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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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몰년 시기/일시 | 2009년 6월 8일 - 「물소의 잠」 작가 임동헌 사망 |
저술|창작|발표 시기/일시 | 1989년 - 「물소의 잠」 『세계의 문학』 가을호에 발표 |
특기 사항 시기/일시 | 1995년 - 「물소의 잠」 계몽사에서 발간한 『우리 시대의 한국문학』70권에 수록 |
배경 지역 | 민통선 마을 -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 양지리 |
성격 | 중편소설 |
[정의]
강원도 철원 민통선 마을을 배경으로 하여 1989년에 발표한 임동헌의 중편소설.
[개설]
「물소의 잠」은 1989년 『세계의 문학』 가을호에 발표한 임동헌(任東憲)[1958~2009]의 중편소설이며, 1995년 계몽사에서 발간한 『우리 시대의 한국문학』 제70권에 실리기도 하였다. 고향을 북에 두고 온 실향민과 그 2세들의 갈등과 화해는 물론, 민통선 마을이라는 특수 지역에서 살아가야 하는 주민들의 애환을 그려 내고 있다. 충청남도 서산 출신이나 강원도 철원으로 이사 와서 학창시절을 보낸 임동헌의 작품이다. 1958년 8월 6일 태어난 임동헌은 2009년 6월 8일 폐암으로 사망하였다.
[구성]
「물소의 잠」 발단은 다음과 같다. 신문기자인 ‘나’는 며칠 지낼 요량으로 고향인 양지리[민통선 마을]로 향하지만 아버지와의 충돌이 걱정된다.
전개는 다음과 같다. 여전히 북을 지향하는 아버지가 세운 망향대도 보고, 초등학교 교사로 지내는 친구 ‘윤승혁’과 보건소장을 하는 후배 ‘강지숙’을 만난다. 위기는 다음과 같다. 물난리가 난 북쪽에서 죽은 소가 떠내려오고, 이장인 아버지는 고향 땅에서 떠내려온 탓에 매장을 해 준다며 고집을 피운다. 절정은 다음과 같다. 윤승혁, 강지숙과의 술자리에서 새장 같은 고향에 대하여 이야기하던 ‘나’는 빗속에 둔 아버지가 눈에 밟혀 돌아간다. 결말은 다음과 같다. 소의 주검을 묻을 구덩이를 파는 아버지에게 우산을 씌어 주며 둘 사이에 감정의 물꼬가 터지고, 다시 서울로 돌아간다.
[내용]
신문기자인 ‘나[명우]’는 민통선 마을인 철원군 근남면 양지리에 근 10년 만에 찾아가는 길이다. 어김없이 마을행 버스에서는 검문이 있다. 나는 북으로 향한 녹슨 철길을 보고 평생을 북쪽을 바라보는 아버지와 닮은 데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을 밖으로만 나가려는 자신과의 충돌이 떠올랐다. 그사이 버스는 마을 회관 공터에 서고 나는 집으로 향한다. 다음 날 아침, 아침을 차려 놓은 어머니는 신문으로 상을 덮어 놓고 논으로 나간다.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밤새 이어지던 대남 방송이 잦아들면 부모들은 논밭으로 나가고, 어두워지면 부모보다 먼저 대남 방송이 비집고 들어오곤 하였다. 옛 생각에 빠졌던 나는 지난밤 친구 하나가 양지초등학교 교사로 왔다는 아버지의 말이 떠올랐다. 작디작은 교정에서 옛 생각에 빠졌다가 한 소년에게 자신이 왔다는 걸 알리는 쪽지를 건네고 나온다. 그러다가 학교 뒷산에 생긴 망향대로 향한다. 아버지가 고향인 평강을 그리는 망향대였다. 아버지의 북으로의 지향은 여전함을 확인하였다.
내려오는 길에 자신을 찾으러 온 친구 ‘윤승혁’을 만난다. 두 사람은 보건소로 차를 마시러 가고, 진료소장인 ‘강지숙’이 반갑게 맞이한다. 알고 보니 학교 후배인 강지숙과 윤승혁과 나는 술판을 벌인다. 술기운에 늦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비가 오고 있었다. 그때 강지숙이 이장인 아버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소가 북에서 떠내려왔다는 것이다. 급히 강으로 나가 보니, 물가에는 물에 불어 괴상하게 변한 소의 사체가 있었다. 모여든 사람들은 안주거리가 생겼다고 좋아하는데, 아버지는 물난리가 났을 고향 땅 걱정뿐이다. 이내 군의관과 보건의가 다녀가면서 마음대로 소를 처리하라고 하자 아버지는 묻어 주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그런 아버지를 빗속에 두고, 강지숙, 윤승혁과 나는 발길을 돌린다.
세 사람은 다시 술판을 벌인다. 그 와중에 윤승혁은 나에게 고향을 등지고 사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나는 민통선 마을인 양지리는 새장 같다고 말하지만, 강지숙은 양지리 밖이 새장 밖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한다. 대화를 하던 나는 빗속에 두고 온 아버지가 떠올라 술자리를 빠져나온다. 예상대로 아버지는 소를 묻기 위해 혼자 구덩이를 파고 있었다. 말려도 멈추지 않자, 우산이라도 받쳐 주자는 심정으로 아버지 옆에 머문다. 그렇게 참으로 오랜만에 아버지와 나 사이에 감정의 물꼬가 터지고 있었다.
다음 날 나는 양지리를 떠났다. 버스는 언제나처럼 북새통이었다. 버스가 마을을 빠져나올 때쯤 소의 주검을 거둘 구덩이를 마저 파기 위해 나서는 아버지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아버지가 우매한 짐승의 죽음을 거두듯 자신도 아버지의 죽음을 거두기 위해 돌아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 생각도 잠시, 내 앞에 피곤한 삶의 세계가 다시 놓여져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특징]
민통선 마을을 직간접적으로 소설에서 다룬 작품은 많지만, 임동헌의 작품만큼 마을의 모습을 속속들이 묘사한 작품은 흔치 않다. 임동헌이 민통선 마을에서 보냈던 과거의 기억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탓이기도 하다. 특히 「물소의 잠」은 임동헌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장편소설 『민통선 사람들』이 출간되기 1년 전에 발표된 작품이다. 비록 무대가 되는 민통선 마을과 등장인물들, 줄거리의 면면에서 차이가 있지만 임동헌의 대표작을 이해하는 데 선험적인 의무를 가진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의의와 평가]
「물소의 잠」은 전쟁 세대[아버지]와 전후 세대[아들] 사이의 갈등과 화해를 이야기하고 있다. 아들은 어린 시절 장마철이 되면 이북에서 떠내려오는 작은 물건 하나라도 소중히 다루던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였다. 그러다 성인이 되어 북에서 떠내려온 소[물소-물에 불은 소의 주검]를 기어코 묻어 주겠다는 아버지를 이해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아버지가 보여 준 일관된 삶의 태도가 주는 감동 때문일 수도 있고, 세상을 바라보는 주인공의 시선이 좀 더 넓어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갈등의 해소를 위하여 소설 안에 구구절절한 이야기가 녹아 있지는 않다. 하지만 독자들은 구덩이를 파는 아버지에게 우산을 씌어 주는 아들의 행동을 자연스레 바라보게 되고, 민통선이라는 특수한 공간을 살아갔고, 살아가야 하는 이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물소의 잠」에는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 외에도, 민통선 마을을 살아가는 전후 세대들의 다양한 삶도 등장한다. 무엇이 옳다라고 말하기보다 나름의 방식으로 분단의 상처를 이겨 내는 인물들의 삶을 균형 있게 조명하고 있다. 역사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개인은 이처럼 나름의 방식으로 이겨 내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작가는 조금은 체념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