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78012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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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池亨根 |
영어공식명칭 | Ji-Hyeonggeun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작품/문학 작품 |
지역 | 강원도 철원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이현준 |
[정의]
강원도 철원 지역을 배경으로 하여 1926년 나도향이 발표한 단편소설.
[개설]
강원도 철원 지역을 배경으로 한 「지형근」은 『조선문단』 14호, 15호, 16호에 실렸던 작품이다. 나도향(羅稻香)[1902~1926]이 죽기 두 달 전에 쓴 작품이며, 나도향의 마지막 단편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일제 강점기 아래 사회 문제를 정교하고 치밀하게 비판하고 묘사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형근」 작가 나도향은 1902년 3월 30일 서울 청파동에서 13남매 중 장남으로 출생하였고, 1926년 8월 26일 폐병으로 사망하였다.
[구성]
「지형근」의 발단에서는 몰락한 양반 가문의 장손인 지형근이 노동자가 되어 돈을 벌 심산으로 강원도 철원 지역으로 떠난다. 전개에서는 지형근이 철원에 와서 예전에 지척에 살던 이화가 창기가 된 것을 알게 되고 연정을 품는다. 위기에서 지형근은 일자리를 계속 구하지 못하고, 그마저 있던 돈까지 탕진하고 만다. 절정에서는 지형근이 고향 친구의 돈까지 훔쳐 이화를 만나러 가지만 매를 맞는 등 망신을 당하고 경찰에게 붙잡히기까지 한다. 결말은 절도죄로 유치장에 갇히고, 자신의 이름 석 자가 신문에 실리는 망신을 당한다.
[내용]
스물두 살의 지형근은 작은 마을에 사는 몰락한 양반 가문의 장손이다. 지형근은 돈을 벌기 위하여 노모와 젊은 아내를 두고 강원도 철원에 있는 고향 친구의 말만 믿고 일거리가 넘쳐난다는 철원으로 향한다. 노잣돈이 필요하였던 지형근은 한때 자신의 집 소작인이었지만 현재는 부자가 된 김 서방에게 들른다. 김 서방은 친절한 웃음으로 지형근을 맞이하지만, 지형근은 과거 상전이었던 자신에게 은근히 하대하는 김 서방의 태도에 분노를 느낀다. 하지만 돈을 빌리기 위하여 참을 수밖에 없는 자신의 현실을 깨닫는다.
철원에 도착하여 일자리를 준다는 조 주사에 이끌려 간 술집에서 예전에 같은 동네에 살던 이화가 창기로 일하는 것을 알게 된 지형근은 이화를 모멸하면서도 애정을 품는다. 시간은 지나고 지형근은 여전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다. 지형근은 여름이라 일본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아 일자리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을이면 돈을 많이 벌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진다. 하지만 그나마 남은 돈마저도 다른 노동자들에게 끌려다니며 탕진하고 동향 친구에게 밥을 얻어먹는 상황에까지 이른다. 지형근은 이화를 계속 만나기 위하여 잠든 친구의 돈까지 훔친다. 하지만 돈을 들고 찾아간 술집에서 이화에게 박대를 받는 것은 물론 이 주사란 인물과 시비가 붙어 매를 맞는 등 망신을 당한다. 더구나 도둑을 잡으러 온 형사들에게 잡혀 유치장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심지어 신문에까지 이름이 실리며 양반으로서의 체면을 구긴다.
[특징]
나도향의 리얼리즘 문학을 여실히 보여 준 후기 작품들 중 「뽕」과 「지형근」은 강원도 철원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서울 출신인 나도향이 1925년과 1926년 사이에 두 편이나 철원 지역이 무대인 작품을 쓴 배경은 철원 출신 작가 이태준과의 인연에서 찾을 수 있다. 두 사람이 일본 유학 중 친분을 쌓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나도향의 일본 유학 이전에도 두 사람의 인연을 찾을 수 있는데, 1925년에 발표한 이태준의 첫 작품인 「오몽녀」가 『시대일보』에 실렸을 때 나도향이 호평하였던 것이다. 이를 보아 두 사람의 인연은 유학 이전부터 이어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태준의 고향 ‘용담(龍潭)’이나 ‘안협(安峽)’ 등이 배경으로 설정된 「뽕」에서처럼 구체적인 지명은 나오지 않지만 철원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쓴 이유를 이태준에서 찾는 것은 타당하다고 본다.
[의의와 평가]
「지형근」은 표면적으로는 과거에 사로잡혀 노동자로 전락한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지 못하고 시대착오적인 삶을 살아가는 몰락한 양반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당시 일본의 다양한 수탈로 인하여 농토를 잃고 일을 찾아 떠도는 조선 노동자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만큼 시대적 현실을 사실적이면서도 풍자적으로 잘 묘사하고 있는 작품이다. 또한 1924년 금강산으로 향하는 전기 철도가 놓이고, 수리조합(水利組合)이 생겨 개간공사로 전국에서 노동자가 몰리는 등 날로 발전하여 가던 당시 강원도 철원 지역의 모습과 그 이면을 다양하게 살펴볼 수 있다는 것에도 의의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