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강원도 철원군 서면 자등리에서 수숫대가 붉어진 내력에 관하여 전하여지는 이야기.

[개설]

「수숫대가 붉은 이유」는 오누이를 잡아먹으려고 썩은 동아줄을 타고 오르던 호랑이가 동아줄이 끊어지면서 수수밭에 떨어졌는데, 그때 흘린 피 때문에 수숫대가 붉어졌다는 이야기이다.

[채록/수집 상황]

「수숫대가 붉은 이유」는 2011년 3월 18일 강원도 철원군 서면 자등리에서 조옥희[여, 77세]에게서 채록하였다. 「수숫대가 붉은 이유」는 2016년에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발행한 『증편 한국구비문학대계』 2-14 강원도 철원군 편에 수록되어 있다.

[내용]

옛날에 한 오누이가 부모를 잃고 큰집에 가서 살게 되었다. 오누이는 밤마다 달을 보며 언제면 굶주림을 면할 수 있냐고 하소연하였다. 어느 날 하늘에서 두 개의 동아줄이 내려오더니 오누이에게 살려면 산 동아줄을 타고 죽으려면 썩은 동아줄을 타라는 소리가 들렸다. 오누이는 산 동아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 호랑이가 동아줄을 타고 하늘로 오르는 오누이를 보며 잡아먹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였다. 그때 하늘에서 호랑이에 썩은 동아줄을 타고 올라오라는 소리가 들렸다. 호랑이는 썩은 동아줄을 타고 올라가다가 줄이 끊어지는 바람에 바닥으로 떨어져 수숫대에 엉덩이가 찔려 죽었다. 호랑이 피가 수숫대에 묻어서 수숫대가 붉어졌다.

[모티프 분석]

「수숫대가 붉은 이유」는「해와 달이 된 오누이」,「해님 달님」으로 널리 전승이 이루어지고 있는 광포 설화이다. 일반적인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설화의 화소와 내용에서 공통성이 있지만 등장인물이 놓인 상황, 승천 계기와 목적은 변이 형태를 띤다. 일반적인「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주요 모티프는 ‘어머니의 품을 떠나는 오누이의 성장통’, ‘호랑이로 상징되는 폭력에 대항하는 오누이의 지혜’이지만「수숫대가 붉은 이유」의 주요 모티프는 ‘호랑이의 죽음과 재생’이다. 오누이를 잡아먹으려고 하늘까지 쫓아가던 호랑이의 폭력성은 죽음으로 소멸한다. 그리고 호랑이의 피가 물든 수수는 새로운 빛깔의 곡물 열매를 맺으며 재생한다. 재생은 다른 존재에게 공포와 기피의 대상으로 상징화된 호랑이가 죽음을 통하여 폭력성을 소멸하고 새로운 존재로 재탄생하였음을 의미한다.